행복하지 않은 스케이터
2011.05.19
행복하지 않은 스케이터의 행복하지 않은 결과
2011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는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환상적인 피날레로 금메달을 차지했던 그녀는, 경기종료 후 터져 나오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물론 시상대에 올라서도 말이죠. 이번에도 그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의 의미는 조금 다른 듯 보입니다. 그녀는 힘든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했지만, 그녀가 말한 힘든 시간이 지난 올림픽 때 흘렸던 감격의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코칭 스태프와의 결별,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구설수들까지.. 잘 나가는 사람을 흔들려는 시도는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에서 결과를 내고도, 아직 그녀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힘든 것은 그 탓이겠지요.
그녀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지는 짐작이 갑니다. 이제 스무 살에 불과한 그녀가 감당해 내기에는 결코 작지 않은 무게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걸린 사람들의 기대는 멈추지 않고 계속 늘어나기만 합니다. 지나친 기대와 관심은 사람을 피곤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행복한 순간이 점점 줄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그녀의 큰 성취에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녀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던 옛 코칭 스태프들의 노력과 영향은 이번 시즌 그녀에게 어떻게 대체되었을까요? 피겨의 불모지에서 연전연승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던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으로 변화해 갔던 가요?
분명 지난 올림픽의 결과는 그녀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시상대에서 흘린 눈물은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어쨌든 그녀가 작년의 자신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쌓아 올린 결과로 많은 혜택을 맛보고 결실을 거두어 들였습니다. 넘치는 관심과 그에 따르는 부가적인 수익들.. 그럼에도 올해의 그녀는 지난해만큼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쇼 프로가 시작되고, 다음 시즌에도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하겠지만, 그녀가 올림픽 때의 그녀처럼 계속 행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수많은 난관과 갖은 시련을 뚫고 자신만의 에너지를 세상에 분출해 버린 영웅들에게서, 우리는 동일한 감동의 환희를 느낍니다. 그 순간 그녀는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행복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동계올림픽의 그 현장에서 성취와 만족, 행복감으로 범벅이 된 그녀를 일대일로 만나며 감격해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그런 기쁨을 우리에게 맛보게 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김연아 선수, 스스로의 몫입니다. 이미 이룬 사람에게 사람들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고 기준은 한없이 높아질 뿐입니다. 자신을 행복한 스케이터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옛 코칭스태프의 몫은 이제 오로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미션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누구도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 온갖 광대 짓으로 연습시간들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그녀를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가 아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무 살 앳된 청춘으로 품어줄 따뜻한 가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몸과 나이뿐만 아니라 선수로서도 성인이 된 그녀에게는 냉혹한 현실만이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 행복해진 스케이터 김연아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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