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안녕하고 인사하렴
[MOVIE 100] Feb 15. 2023 l M.멀린

인류의 외계인에 대한 상상은 폭력적이고 괴상하다. 그리고 그것은 틀렸다. 감히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외계인을 현생 인류에 근거해 상상하려 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좀 고민을 했는지 외계 생물체라고 표현을 수정하기는 했어도 인류가 두려워하는 것이 외계 인류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한밤중 혼자 걷는 길에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확인 사람’이듯 역시 미지의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것도 미확인된 사람, 외계 인류인 것이다.
차라리 그게 문어거나 작고 귀엽게 생긴 그렘린이라면 그들이 지구를 지배할지라도 덜 무섭겠다. 그러나 인간과 모습이 흡사할수록 공포는 증가하는 거지. 게다가 복제인간이라면.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도 정작 외계 생명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뒤에 가려진 그들을 대신해 지구를 약탈하는 건 복제된 인간이다. 인간은 인간을 젤 무서워하니까.
그건 기억 때문일 거다. 제국주의 시대 인간을 학살한 건 공룡이 아니었으니까. 주범은 인간이었다. 하얀 얼굴의 인간. 아, 그러고 보니 외계인이 흑인이나 황인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외계인은 차라리 문어일지언정 인간이라면 백인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억에 의존한 식민지 정복의 서사가 완성될 수 있으니까. 대중을 대상으로 하려면 중학생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지만 벌어진 현실은 언제나 고차원적인걸.
그러니까 그건 상상이 아니라 기억이란 말이다. 경험한 정보에 의해 미지未知, 미래를 재구성했으니 그건 사실일 확률이 희박하다. 비행기를 상상할 수 없던 원시인이 미래를 상상하는 것처럼. 그들의 상상에는 진화한 인류의 등짝에 날개가 달려 있겠지. 그래서 인간의 상상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거다. 현재의 상황과 관점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유치원생 수준의 상상화가 나올 뿐 아니겠는가. 30세기를 상상하려면 30세기의 시선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외계인에 관해서도 그렇다. 이미 이 열등한 인류조차 핵융합 발전과 같은 ‘무한동력’에 접근해 가고 있다. 그러면 저 광년 단위로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날아온, 인류보다 엄청나게 앞선 과학기술의 그들이 고작 지구에 자원 따위를 약탈하러 오겠는가? 그들에 비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인류조차 무한동력에 접근해가고 있는데. 자원이 모자란다고? 자원 위기, 자연 파괴로 행성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자기 별의 위기도 못 막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문명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대규모로 날아와 지구에 고작 레이저포나 쏜다고? 그건 지구 인류 수준의 공포고 상상이겠지. 그런 건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 멸망, 아니 인류 멸종설을 예수천당 불신지옥 수준으로 신봉하고 있는 현대 인류의 어좁이 사고의 투영이 아니겠는가. 그게 다 디스토피아 투성이인 SF 미래물들의 폐해가 아니겠는가 이 말이다.
도대체 고갈된다던 석유는 왜 아직도 저리 펑펑 나오고 (심지어 남해 대륙붕 7광구조차 사우디 다음으로 많은 원유가 묻혀 있다는데) 배기가스, 공장 매연이 주범이라던 지구온난화는 이젠 습지가 내뿜는 수증기, 가축의 방귀가 주 오염원이라니?! 아마존 습지를 다 메꿔 버리고 소 똥구멍에다가 방독면을 장착하면 숨 좀 쉬겠는가? 지구가 덜 더워질까?
공포와 두려움을 연료 삼아온 인류의 못난 사고방식은 언제나 그것을 거슬러 미래를 현실로 가져온 선각자들에 의해 헛소리였음을 증명해 왔으니. 마녀들이 주술을 부려 세상이 온통 악마의 지배에 떨어질 거라는 음모론은 수백 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를 않고, (다 사냥해 버려 그른가?) 프리메이슨은 뭘 하고 있고, 그림자 정부는 도대체 뭔 뻘짓을 하고 있길래, 마법사가 다 늙도록 여전히 음모만 모의하고 있는 건지. 그래서 세계정복은 어느 세월에 하겠는가. 로스차일드는 도대체 몇 대째에나 가야 세계단일정부의 황제로 등극하겠냔 말이다.
그러니 외계인이 있다 한들, 그들이 여기까지 날아온다 한들, 그들이 지구의 자원 따위가 탐나서 그 먼 거리를 날아올 만큼 멍청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다. 기껏해야 오지 탐험 여행상품이 하나 출시되었겠지. 저 ‘지구’라는 별에 ‘인류’라는 이상한 원숭이들이 재주를 신기하게도 넘는다고 소문이 났을 게지. 그러니 지구는 동물원이거나 오지 여행지거나. 아님 제인 구달 같은 학자들이 호기심에 연구나 하려고 인류의 탈을 쓰고 잠입했거나. 그렇다면 인류는 얼마나 귀여운가! 제 별에서 천재들 몇 명을 잠입시켜 스마트폰 하나 만들어 주었더니 하트 뿅뿅, 좋아요를 날려대고 서로 경쟁하듯 이쁜이 뽐내기 대회 사진전 영상전을 열어대니. 그러다 뽀샵 조작질로 탄로가 나 망신살이 뻗치고 그걸 수사해대는 네티즌 수사대가 디지털 우주를 마구 쑤시고 다니는 꼴이 얼마나 재미 넘치는 시트콤이냔 말이다. 그런 인간들의 재롱을 실시간으로 구경하다 보니 너도나도 ‘애완인’ 입양에 나서고 그들이 나라, 민족 하나씩을 꿰차고 심시티 서바이벌 게임에 몰입하느라 CPU가 과열된 것이 지구온난화 아니겠냐 이 말이다.
그러니 외계인이 있다한들 그저 널 귀엽게 여겨줄 ‘집사’ 하나가 나타났으려니 하거나, 마음을 열고 이미 부의 평등을 달성한 진화된 존재들이 물질문명의 극단화에 따른 관계의 고립, 정서의 고갈로 친구 삼을 누군가, 마음과 정서를 나눌 누군가 필요해, 어린 왕자처럼 멀고 먼 별까지 흘러든 외로운 스트레인저라고 받아준다면 우주는 평화를 이룰 거야.

톰크루즈의 종교라는 ‘사이언톨로지’의 교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은 ‘오블리비언’, 불어로 망각이란 뜻이란다. 망각을 해서 반복을 하는 거지. 복제를 하는 거지. 제국주의 식민 정복의 기억을 ‘망각’해서 또 같은 짓을 저지르는 거지. 그 끝이 뭔지 다 알면서. 진화된 존재들은 원주민들을 몰살시킬 이유가 없다. 인구감소가 얼마나 심각한데. 그렇다고 데려다가 육체노동을 시키겠는가. 진화된 세계에서는 노예들의 자리조차 AI들이 모두 꿰차고 있을 테니. 그들은 차라리 원주민 보호구역을 선포하고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관광 수입을 극대화시키거나, 심각한 인구감소의 문제를 해결하려 대거 이민을 시켜다가 소비 노예를 삼을 수는 있겠다. 누가 사줘야 자본주의가 돌아가니까. 원주민 수당을 줘가며 제발 소비 좀 해달라고, 소비하는 노예를 삼을 수는 있겠지. 다국적 기업의 정크푸드를 일 년에 개인당 1톤 이상 소비해야 한다는 이민 규정으로, 인구증가를 위해 가구당 4인 이상 출산, 육아를 해야한다는 이민 조건을 내걸고 말이다. 아, 이조차 현실에 근거한 상상이니 마법사도 어쩔 수 없는 어좁이 현대인이다. 저출산, 환경파괴 따위는 인류의 문제이지 진화된 존재들의 문제일 리 없잖아? (그러니까 Futurist라면 기술의 발전은 의식의 진화를 강제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어디서든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등장이 어떤 사회에서 범죄의 형태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강제하듯 )
그러니 ‘망각’에서 깨어나 기억을 되찾으면, 외계인은 제국주의 군대가 아니라 친구임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노예보다 소중한 건 너에게 ‘좋아요’를 날려주는 인친, 페친임을 알게 될거야. 외계인에게 ‘좋아요’ 받는 셀럽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너는 더 잘 알겠지. 게다가 네 유툽 채널에 출연이라도 한다면!
그러나 마법사는 여전히 지구 인류는 우주 최초의 ‘인류’임을. 그리고 외계인은 저 먼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왔다 한들, 지구의 ‘인류’로부터 뻗어나간 ‘미래인’임을. 그래서 인류가 언제나 상상해왔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온 ‘미래 인류’임을 알고 있지. 인류도 상상하는 타임머신이라면 고도로 발달한 외계문명, 미래문명은 이미 잘 만들어 타고 다니고 있지 않겠니? 그들이 너를 만나러 온 거야. 자신들의 선조를, 과거의 너를, 전생의 너를.
그러니 안녕하고 인사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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