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세계

by M.멀린

[멀린’s 100] May 16. 2022 l M.멀린  

 

무의식이라고 하고 잠재의식이라고도 합니다. 무엇이든,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식을 벗어난 어떤 것, 그리고 잠재되어 있습니다. 잠들어 있고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실은 언제나 드러나지고 있습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

타인은 아는걸. 나는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고 타인도 나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계속 드러나지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의식으로 인식되지 않는 세계, 형태, 무엇이, 말 그대로 잠재되어만 있다면 별문제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드러나 있습니다.

Unknown Unknown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세계. 그런게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세계. 그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말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그걸 타인은 알고 느낍니다. 그리고 한마디 하는 겁니다.

“저 새끼 왜 저래?”
“쟤는 꼭 저러더라.”

말 뒤에는 술만 취하면, 스트레스만 받으면, 자다 말고 등등의 의식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진 순간들이 따라붙습니다. 물론 그건 일상에서도 늘 드러나집니다. 다리를 달달 떨거나, 자꾸 코를 찡긋거린다던가, 손톱을 물어뜯는다던가. 말도 그렇습니다. ‘진짜? 정말? 존나, 씨발.’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많은 것을 내뱉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나만 모릅니다.

무의식은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씻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합니다. 무의식 속에서 건널목을 건너고 지하철을 탑니다. 심지어 졸다가도 무의식중에 깨어나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의식은 전혀 다른 세계에 가 있습니다. 어제보다만 드라마의 잔상이나, 제대로 깨져버린 게임의 승패, 언제 도래할지 모를 내일의 걱정과 타인들이 쏟아부어 준 쓸데 없는 정보들로 인한 혼란. 의식을 산다기보다 무의식을 사는 삶이 현대인의 삶입니다. 그리고 그걸 꽤나 좋아합니다.

몸은 무의식을 따라 일상을 반복하고 의식은 외부 정보에 갇혀 숨도 못 쉬는 순간을 반복하는 걸 우리는 꽤나 즐깁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는 평화에 놓이면 극도로 불안해집니다. 무의식도 발동하지 않고, 온전히 의식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면 그대로 얼어버립니다. 그런 건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칼 융은 ‘인생은 무의식의 자기실현’이라고 했으니 우리 모두 인생을 잘 살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무의식을 언제나 삶 속에 시전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무의식은 말 그대로 무無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중에 커다란 무엇.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나머지들은 타인에 의해 규격화된 그대 의식의 나머지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방대하고 너무나 거대합니다. 게다가 그것들은 집단 무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혁명가도 폭도도, 의인도 악인도, 살인자도 구원자도.

그것들은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차오르면 언제든 넘쳐나버립니다. 잠재되었으니 그리고 억압되었으니 물리법칙에 의해 튀어 오르게 되는 겁니다. 타인의 규격으로 그것을 눌러놓았으나 그 힘은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갈 수 없다면 의식의 연약한 공간을 파고들어 분출합니다. 그때에 우리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립니다. 의식은 어찌할 줄 모르고.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로켓처럼 튀어 나가거나 주유소 앞 풍선 인형처럼 미친년 헤드뱅잉을 해대는 겁니다.

되었습니다. 분출되었으니 이제 그대는 자기 자신이 된 겁니다. 의식도 무의식도 모두 드러나졌으니 이제 그대는 온전한 자기 자신입니다. 억압하고 가둬둔 세월이 오래였으니 해방감은 그만큼 클 겁니다. 그리고 막상 드러나진 것들을 보자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 눌러왔던가 생각이 들 겁니다. 또는 이렇게나 엄청난 무엇이 내게 잠재되어 있었던가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의식을 따라 운명을 따라, 적절하고 적당한 때에, 내가 언제나 사용할 수 있었음을, 하자면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때가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출의 때가, 폭발의 때가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그것들이 분출하지 못한 채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되어 인생 전체를 그대로 삼켜 버리기도 하니까요.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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