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종료된 꿈
[MOVIE 100] Apr 05. 2022 l M.멀린

“해체할까?”
“왜 해체해요?”
“약속이니까요. 10년 전 약속. 나랑 쥰페이가 가족이랑 약속했어요. 10년 해도 인기 없으면 해체하기로.”
종료된 꿈에 대해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있어도 대부분 승전담이거나 성취된 꿈에 대한 자랑이겠지. 실패한 이야기는 숨어들고 성공한 꿈조차 다음이 있고, 2연패, 3연패. 그러므로 도전하는 누구도 종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은퇴한 이들조차 새로운 꿈을 내놓으며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종료된 꿈. 그것은 나쁜 것일까? 그것 그대로 실패인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들은 꿈을 꾸었다. 함께 콩트를 만드는 꿈. 그리고 그걸 10년 하기로 했다. 가족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그래 그럼 10년만 해봐. 그래도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만두는 거다.’ 이런 말을 해주는 가족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그것으로도 행복한 이들일 거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10년이 다가오면, 그리고 그것을 계속 이어갈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다짜고짜 반대하는 가족들이었으면.. 하게 될 수도 있다. 그건 뛰쳐나와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이 착한 가족들은 그들에게 10년을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꿈, 도전을 허용? 해 준 가족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약속을 지킬 차례. 인기를 얻지 못했으니.
드라마는 10편에 걸쳐 이들이 지난 10년간의 꿈을 어떻게 종료해가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매회 가슴은 뜨겁다. 이들이 어떻게 콩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어왔는지, 이제 어떻게 종료하려 하는지. 이건 책을 거꾸로 읽고 영화를 뒤에서부터 돌려보는 듯 낯설고 생경하다. 우리는 종료되는 꿈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물론 반전 따위는 없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네버엔딩 스토리일 수 없으니까.
아쉬움과 미련이 컸다면 약속 따위 저버리고 싶었을 텐데. 그들은 참으로 흡족하게, 물론 가슴 아프게 꿈을 종료하고 있었다.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왔는지, 얼마나 진실되고 성실하고 알차고 즐겁고 행복하게 채워왔는지, 종료되는 꿈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잔뜩 부러움을 일으킬 만큼 꼭꼭 씹으며 꿈을 차곡차곡 개어넣고 있었다.
“꿈은 좇지 않는 게 나아?”
“그건 왜?”
“실패하면 힘들어 보여서.”
“우리는 실패한 게 아냐.”
“그러면 왜 해체해?”
“시간이 끝났어. 왜 축구에도 시합 시간이 있잖아?”
“하지만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은 계속 시합을 이겨온 사람들? 우리한테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지.”
“졌다는 게 실패했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말할 것 같으면 어떤 스포츠든 예술이든 1등이 아닌 사람 외에는 모두 실패한 게 되잖아.”
실패가 아니라고, 그저 시간이 끝났을 뿐이라고. 그래서 종료된 꿈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실은 콩트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지 모른다. 함께 콩트를 만드는 꿈. 꿈은 ‘함께’였나 보다. 여자친구에게 잘보이고 싶어 급하게 만든 콩트팀은 10년간의 인연을 권하고 있었고 이들은 서로,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콩트를 만들었던 거다. 그러니 콩트를 잘하고 못하고 인기를 얻고 못 얻고는 성공의 기준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였으니 그것으로 된 거고 이제 시간이 끝났을 뿐이다. 꿈이 종료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관계들, 새로운 인연들, 새로운 꿈들이 기다리고 있다.
종료되는 꿈만큼이나 종료되는 관계는 낯설고 힘들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료되는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하지도 못한다. 꿈은 종료될 수 있어도,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지만 관계는 영원해야 한다고 믿으니까. 그러나 관계야 말로 얼마나 자주 종료되는가. 그것이야말로 성공하고 실패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거라고.
그렇게 뒤집어 이 드라마를 따라가면 이들이 종료해가고 있는 것은 콩트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매우 견디고 기대고 서로 도닥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뭉클 해진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몇 안 되는 팬들조차 이들의 종료되는 관계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 드라마는 매우 낮게 속삭인다.
종료되는 꿈, 종료되는 관계의 뒷모습은 당당하고 밝아야 한다. 다시 만나겠지만, 그리고도 종종 만나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팀이 아니니까. 이제는 새로운 팀을 만나고 이루기 위해 서로 관계의 문을 닫고 있는 거니까. 그건 성숙이고 배려이고 진심이다. 그런 관계를, 종료되는 관계를 언제 보았나. 어디서 경험해 보았나. 대부분 질척이고 지랄 맞고 지루한 관계들 속에서 종료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도망치다 집착하다 지쳐버리기 일쑤가 아닌가. 그러나 이들은 정확하게 ‘함께’하는 꿈을 꾸었고 그것을 이루었으며 이제 그것을 마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참으로 멋지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억누르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을 선택한 적도 없었으니까.”
그런 팀을 만나보지 못했던 이들의 팬은 자신의 열심을 억누르는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가두려 했다. 그러다 이들을 만나고 다시 그 삶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얻는다. 그것은 인기(人氣)다. 사람의 기운. 이들은 인기(Fandom)는 없었을지 모르나 인기(人氣)를 전염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향기 같은 거라 같은 꿈을 꾸는 아주 소수만이 그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들은 발견한 것에 기뻐하고 소중히 여긴다. 그러므로 인기란 다수에게 추종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 인기를 얻으려고 사람은 많은 것을 포기한다. 결국 그대의 부와 명성도, 그것을 얻으려는 노력도 다 그것 ‘인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연인, 가족, 친구. 내게 중요한 이들에게서 그것을 얻기 위해 그들의 환심을 살 그것들을 가지려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진실된 관계를 원하는 이에게는 그것들이 필요가 없다. 자신이 가진 진실된 관계, 그 향기를 맡은 이들. 그들은 저절로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여니까.
돌아보라. 종료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가슴 뜨거워지는 종료된 꿈을 가지고 있는가? 그게 뭔지 모르겠더라도 이 드라마를 보면 그러고 싶어질 거야. 그런 꿈을 꾸고 싶어질 거야.
ziphd.net
ziphd.net
위즈덤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