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합심이란 말은 하지 마
Jan 04, 2022 l M.멀린
약해 보인다구.
그건 약해 보여. 합심合心이 모야. 단심單心으로 안 되겠으니 합심合心하자는 거자나. ‘니 마음을 내게 줘 바. 그럼 우린 대단한 무엇을 할 수 있어.’ 그게 뭔데? 너가 하고 싶은 그것? 너가 하고 싶은 그것을 위해 내 마음을 줘야 하니?
‘아니 뭐.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그것이겠지.’라고 너는 유혹하고 싶겠지만, 언제 봤다고 우리냐? 우리가 대체 뭐냐? 그 우리는 요즘 애들 말로 INTJ냐? ESFP냐? 70억 인구가 다 다르다며, 우리는 대체 뭘로 묶는 거냐. 불리하면 들고나오는 너의 그 ‘우리’ 말이다.
합심은 말야. 뭐에 단단히 홀려서 하게 되는 거야. 모두가 자신을 잊고, 그냥, 어쩌다, 때로, 황홀경에 빠져서 자아가 사라진 단일의식이 되어 미친 듯이 폭주할 때에만 가능한 거야. 광화문 바닥의 그들처럼 말이야. 그러다 깨어나면 놀래자빠지는 거야. 뭐야, 이런 새끼랑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네.
그러니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단심單心 뿐이야. 단심單心, 단념單念, 그러니 단념斷念하렴. 탈중앙을 외치는 블록체인/암호화폐에서 합심 따위는 없는 거야.
그래서 필요한 것은 체인!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진 개인이고, 뭐에 홀린 인간들이 합심하여 너의 마음을 뺏으려고 온갖 뽕을 마구 주사해대고 있으니 흩어진 개인으로 어떻게 대항할 수 있겠니?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합심이 아니라 체인이라고. 너와 내가 연결하고 너의 너와 나의 너가 연결하고 그렇게 이리저리 촘촘하게 연결된 진짜 체인 말이야. 무엇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체인. 그것은 합심이 아니야. 하나로 모을 수도 없고 뭉칠 수도 없어. 체인이 작동할 때는 모두가 각자의 방향으로 단단히 뻗을 때야. 그래야 체인이 팽팽해지지. 지나치게 튀어 나가지도 헐렁하게 늘어져 있어도 돼. 어차피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그리고 그 연결이 단단하다면 축축 늘어져도 잡아 끌 꺼고 헐렁하게 빠져나와 있어도 끊어진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회전하면 돼. 그리고 다 같이 강강수월래를 돌기 시작하면 늘어졌던 너도, 튀어 나가려 안간힘을 쓰던 너도 원심력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거지. 그게 우주의 원리란다.
그러니 합심 따위 집어치우렴. 나와 아무것도 연결하지 않으면서 마음만 홀랑 뺏어가려는 더러운 손은 동강 분질러 놓겠다. 잘근잘근 밟아서 으스러뜨려 놓겠다. 후우 불어서 다신 합심 하지 못하도록 날려버리겠다.
합심? 합심이라고?
새해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