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상
리얼 예능에서 왜 여자는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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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분야를 꼽는다면 TV의 예능프로그램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도통 여성 출연자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핫하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일 수록 여자 출연자 찾기가, 남학교에서 여자 찾기, 군대에서 향수 맡기 같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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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박2일, 라디오스타, 삼시세끼, 비정상회담, 꽃보다 할배, 꽃보나 청춘, 진짜 사나이.. 드라마, 걸그룹, 여자 아나운서, 여자패널을 빼면, 어느 채널을 돌려도 온통 남자들, 남자들의 이야기뿐.. 어쩌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텔레비전에서 여성 출연자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된 걸까요? 여자들은 다 어디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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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막장드라마.. 주말연속극, 일일연속극, 아침드라마, 미니시리즈, 막장드라마에는 여자들이 넘쳐납니다. 복수를 꿈꾸는 이혼녀, 재벌 2세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아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재벌 시어머니, 밤이나 낮이나 시장에서 장사만 하는 여주인공의 엄마, 재벌 회장님의 불륜녀, 실장님의 스펙 좋은 약혼녀, 개천에서 승천한 신입 법조인의 새로 나타난 애인, 그리고 비련의 여주인공과 그녀의 친구들.. 막장드라마에는 온통 여자들 세상입니다. 남자들이라고는 재벌 회장님과 그의 아들과 그 아들의 비서뿐입니다. 아! 또 있습니다. 비루한 주변 남들.. 그렇다고 여자들이 막장드라마에만 열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들이 모르는 남자 이야기 또한 매우 흥미로우니, 리얼 버라이어티는 남자들의 브로맨스들로 가득합니다. 이것도 여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여자들의 남성 포르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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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남자들이란, 그 시간에 TV 볼일 없고, 야근한다 뻥치고 친구들, 동료들과 리얼 예능이 아닌 진짜 술집에서, 리얼 예능 버금가는 이바구들을 털고 있거나, 방에 틀어박혀 가상현실 게임 세계에서 복수혈전을 벌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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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궁금할까요? 남자들이 뭐하고 사는지, 남자끼리 여행하면 어떨지? 남자끼리 떠드는 수다는 무슨 얘기들인지? 남자 혼자 사는 집은 어떤지? 남자들 간의 신경전은? 남자들 간의 로맨스는? 남자들에겐 현실인 것이 여자들에겐 판타지이고, 여자들 간에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케미가 남자들간에는 불꽃처럼 피어나니.. 남자 없는 여자들, 남자 모르는 여자들, 홀릭 할만하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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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들의 환상을 채워 줄 남자들의 일상과, 현실을 매우 충실히 반영하는, 그래서 수다 간에 굳이 실명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막장드라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여성들의 수다 라이프와 현실도피를 위한 망상 현실의 이야기 소재를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는 사이, 남자들의 공동체는 더더욱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며, 아름다워져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역사와 깊이가 점점 더해 갈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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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왜 필요하지?’라는 물음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여자보다 요리를 더 잘하는 남자들이 여자보다 아이를 더 잘 보게 되고, 여자 없이 하는 여행이 여자 없이 살아가는 일상이 살만하고 그럴 만 해지니.. 여자사람보다 더 여성 같은, 사이보그 휴먼 ‘Her’와 조우하게 될 가까운 미래의 남자들은 어쩌면, 여자사람보다, 여성 기계에 더 홀릭 하게 되지 않을까?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염려를? 기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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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TV 앞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막장드라마의 판타지와 남자들이 벌이는 리얼 예능 포르노에 홀릭 하는 동안, 남자들은 여자 없이 사는 법을 익히고 배우고, 습득하고 연습하여, 요리도, 육아도, 살림도, 심지어 로맨스도, 저 혼자 또는 지들끼리 해버리고 있으니..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상이 이미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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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사람 간의 화학작용이란 남성과 여성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것인데, 어쩌다 이 시대의 케미는 남자와 남자 간에 더더욱 폭발하게 된 것일까요? 여자와 남자의 케미는 어쩌다 이렇게 미지근해지고, 여자와 여자의 케미는 질투와 복수, 경쟁의 바이러스들로만 점철되어 버린 것일까요? 도리어 건강한 우정과 ‘우리’의식, 삶의 동반자로서의 관계들과 추억과 기억의 증언자 역할은, 모두 남자와 그들의 남자친구들 간에만 유효한 듯 보이니 어쩌다 이런 일이.. 왜 자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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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여자사람들의 관계를 폄하하거나, 왜곡하고,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 맞습니다. 가장 민감하게 현실과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TV 드라마, 예능들을 한가하게 보고 있노라니, 이런 편견들이 끝도 없이 쌓여만 갑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그게 또 현실에는 없는 TV 속 과장이라고만 얘기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일상들이 둘러싸고 있어,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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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자들의 남자 이야기, 감동적인 여자들의 도전기, 훈훈한 여자들의 우정여행기, 씩씩한 여자들의 직장생활 이야기들을.. 여자들이 좋아할까요? TV는 이런 것들로, 남자들을 TV앞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현실이 있기는 할까요? 신데렐라 없는, 불륜녀와 복수녀가 등장하지 않는, 재벌 2세와 실장님이 보이지 않는, 화려한 프로포즈와 남자 뺨 때리는 여자가 나오지 않는,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를 누가 보기는 할까요? 현실에서도 매일 보는 그런 밋밋한 일상을, 드라마로 또 보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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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밋밋한 일상을 사는 여자사람들이 자극적인 막장드라마로 머리를 채우고, 남자들에겐 일상과 큰 차이 없는 리얼 예능을, 포르노 보듯 기웃기웃 엿보며 신기해하고 감동스러워하는 사이, 남자 사람들은 저들만의 보금자리들을 만들고 꾸미고, 저들만의 공동체를 꾸리고 호흡해가며, 독립을 준비하고, 시도하고,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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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남자들은 이미 살고 있는 현실, 가족만 아니면 언제든 시도하고픈 버킷리스트, 그러다 남자들만의 공동육아라도 성공할라 치면, 이참에 아이만 데리고라도 선언해 볼까 싶은 미래.. 그것을 근래에는 세탁기가, 전자레인지가, 즉석식품이, 로봇청소기가 응원하더니, 사용법에 익숙해진 요즘에는 레시피가, DIY가, 홈쇼핑이, 취미생활이 윤택하게 하고, 이왕 내친김에 가상현실로까지 책임과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에이리어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자사람들이여..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세요. 이제 더 이상 나이 들어, 수발들어 줄 하녀를 위해 인생을 바칠, 고지식한 남자 사람이 없고, 아이 때문에 발목 잡히고, ‘아빠 힘내세요!’에 세뇌 당한 남자 아빠들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욕정을 해결하려, 합법적인 매매춘을 보장할 비싼 파트너에 목마른 수컷 남자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비싸게 구는 그녀에게 지치고, 까다롭게 구는 마누라에게 시달리고, 조울증에 시달리는 여친에게 노이로제가 걸려, 다들 환장하기 직전이었다가 TV에서, 주위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을 보고 ‘살만하네’, 남자끼리 떠드는 수다에 ‘재미나네’, 애 보는 남자들의 성장에 ‘할만하네’, 지옥 같던 남자들만의 군대 생활조차 ‘좋았었네’, 하다 보니 슬금슬금 호기심이 생기고, 용기가 올라오다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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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자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남자 없는 여자들의 일상은 행복합니까? 남자 없는 여자들의 미래는 판타스틱합니까? 남자 없는 여자들의 공동체는 따뜻합니까? 당근이지! 우리도 아쉬울 게 없단다.. 라면, 좋습니다. 우리 그렇게 인류의 진화를 가속해 봅시다. 서로의 빈자리는 ‘Her’든, ‘Him’ 이든, 기술이 알아서 채워 줄 테니, 기대하고, 기다리며, 새롭게 도래할 인류의 사이보그 라이프에 성큼성큼 다가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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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남자 사람이 그립다면.. 그 품이 아직 필요하다면.. TV 속 왕자님이 아닌, 찌질 해도, 못났더라도, 꽃미남이 아니어도, 살 부대끼며 살아갈 휴먼 바디가 필요하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남자라고는 정자은행에서 구입한 아들 밖에, 과학기술이 제공해 준 ‘Him’ 밖에, 그리고 여전히 절찬리 방영 중일 TV 속 그놈들 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남자 사람들도 마찬가지, 근데 그들은 TV에서 보듯 이미 잘 적응해 가고 있으니, 당황스러운 건 여자사람들이 아닐지.. 남자 사람들간의 케미는 TV가 이미 증명했고, 더욱 은밀하고 심오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니, 문제는 여자사람들, 아직도 환상 속에 사는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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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사람끼리 사는 훈련을, 여자사람 간의 케미 맞추는 연습을, 여자사람 혼자서도 잘 살 각오를 그리고 여자사람으로 외롭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있다면 오케이! 그리고 God bless you! 그러나 당황스럽다면, 아직 모르겠다면, 정말 그럴까 싶다면,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면.. 서태지를 빌어 환상 속의 그대에게, 안타까운 당부 한 곡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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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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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