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압박을 이겨내려면
[코인이즘 Koinism] Jan 18 2021 l M.멀린

1,
불스 왕조의 신화를 이해하려면 시카고 불스의 단장 제리 크라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불스 왕조를 세팅한 장본인이다.
필 잭슨 감독을 영입한 것도 그였고 그를 쫓아내려 한 것도 그였다. 97-98 불스 왕조의 마지막 우승 도전기는 크라우스 대 불스 왕조의 대립구조로 시작되었다. <더 라스트 댄스>는 이 대립구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작은 키의 ‘리틀맨 컴플렉스’를 가진 그는 악랄하기 짝이 없었다. 당연히 모두들 미워하지 않았겠는가. 특히 그에 대한 조던의 적대감은 대단해서 자신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 연설에서도 그를 거론하며 조롱할 정도였다. ‘누가 저 사람을 여기 불렀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아니거든요.’ 그러나 그게 불스 왕조의 힘이고 동력이었단 걸 조던은 알았을까?
그는 매우 재수 없는 인간이어서, 거친 말을 쏟아내고 감독과 선수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했다. 자신의 딸 결혼식에 필 잭슨 감독만 초청을 안 했을뿐더러, 97-98 마지막 시즌에는 필 잭슨 감독을 자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무산되자 올해 전승을 하더라도 연임은 없다고 대 놓고 협박을 해댔다. 필 잭슨 감독은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시즌을 ‘라스트 댄스’라 명명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제목도 <더 라스트 댄스>. 물론 불스 왕조는 보란 듯이 우승했고 모두 팀을 떠나 버렸다.

3,
과연 크라우스가 그렇게 반대편에 서서 맞서지 않았더라도 불스 왕조의 업적이 가능했을까? 우승은 몇 번 더 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찬란한 업적, 어떤 드라마보다 팽팽한 스토리와 긴장감, 열광은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거다. 모든 에너지를 압축해서 한 방에 펼쳐 놓은 불스 왕조의 감동 스토리에는 제리 크라우스라는 제대로 된 빌런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4,
사실 조던이라는 넘사벽의 아이콘, 농구의 신에 대항해 그 정도의 존심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 오히려 주눅이 들어 설설 기거나 끌려다니지 않았겠는가. 스타 구단이 망하는 전형적인 클리셰. 그러나 크라우스 단장은 조던이 그렇게 자신의 ‘단신’을 놀려대는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맞섰다. 아니 결국 이겨버린 것이 아닌가? 자신의 뜻대로 모두 쫓아냈으니. (NBA 역시 비즈니스라, 불스 왕조의 고액 연봉은 부담이었다. 불스 왕조의 리빌딩은 어디까지나 저점 매수, 고점 매도의 비즈니스 투자 방식의 관점에서 당연한 수순이기는 했다.)
결국 둘 다 승리했고 둘 다 서로뿐이었던 거다. 그 이후로 몇 십 년 동안 불스는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조던 역시 그게 마지막 우승이었다.
5,
우리는 인생에서 그런 빌런을 만나거든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마치 중력 같은 존재이다. 우리를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튀어 나가지 않게 붙들어 주는 존재. 그러나 나약한 인간은 그런 빌런들을 만날 때 자꾸 피하고 도망치려 한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 성장은 없는 거다. 성장은 맞서는 힘을 뚫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솟는 나무들처럼 말이지.
우리의 삶을 압박해 오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물론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조여오는 과도한 압박에는 지고 말겠지만. 그래서 죽더라도 말이다.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말이다. 무자비한 압박에 맞설 때 우리 또한 그만큼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거니까.

6,
사람들은 압박감이 몰려오면 도망치려 하고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제대로 성장하려는 선수들은 오히려 압박감을 찾아다닌다. 숨 막힐 듯 한 압박감을 즐기고 환영한다. 이 사람이 선수인지 아마추어인지는 압박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재능이 아무리 많아도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성공의 자리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 그 자리까지 가려면 무수한 압박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뭐 이런 얘기야 너무 당연한 얘기이고, 누가 몰라 그러는가, 압박을 견뎌내는 게 너무 힘들어 그러지.
힌트를 하나 주겠다. 압박을 견뎌내는 방법 말이지. 그건 너도 압박하는 거다. 당하고 있지만 말고, 너도 압박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압박의 방법은 많다. 그러나 그러려면 너가 상대에게 종속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상하 관계라 해도 멘탈 만큼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문제없다. 대통령이면 어떻겠는가? 왕이면 어떻고 사장이면 어떻겠는가? 죽어도 상관없다는데.
그러면 이상하게 살길이 열린다. 압박이 해소된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이다. 당하는 위치에서 압박하는 위치로 피벗(전환) 하는 순간, 오히려 해방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그런데 너는 하지 않을 거다. 겁쟁이니까.
7,
진정한 겁쟁이들은 선수들이 압박을 즐기는 것처럼 도망을 즐긴다. 술래잡기 중독에 빠져 맨날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그들은 압박감을 즐기지 않는다. 축축 늘어진 의존상태를 열망한다. 그건 압박의 또 다른 형식이긴 하다. 축축 늘어져 누군가에게 들러붙는 의존형 빌런 말이다. 이런 빌런들은 답이 없다. 크라우스 단장 같은 강성 빌런이야 맞서고 싸울수록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이런 거머리 빌런들은 등에 빨대 꽂고 쪽쪽 빨아대고는 영양가가 사라지면 헌신짝처럼 차버릴 뿐이다. 그러니 경계해야 할 것은 너를 응원한다며 빨대 꽂는 인간들이다. 그들의 사탕발림이 듣기 좋겠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강성 빌런들과의 거친 소란보다 거머리 빌런들과의 달짝지근한 평화를 더 귀하게 여긴다. 거머리 빌런들이야 지들 좋아서 하는 짓이라지만, 선수라며 그들과 어울리는 이들은 당최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다 탈탈 털리고는 후회해 봐야 늦다. 살길은 좀비처럼 자신도 거머리가 되는 방법뿐.
8,
금융맹 마법사도 코인판 3년이라 풍월을 좀 읊게 되었다. 아, 이 코인판 변동성의 압박은 실로 세상 어떤 압박보다 강력한! 최강의 압박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단 며칠 사이 벌어지는 -50%, -95% 손실의 향연 말이다. 주식판은 어떤가 살짝 들여다보았더니 거긴 양반이더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9to5도 아니고 게다가 주말은 휴장이라니. 24시간 팽팽 돌아가는 코인판이야말로 진정 선수 중의 선수들만이 견뎌낼 수 있는 최강의 그라운드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우리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조던도 울고 갈 이 코인판에서 몇 년째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의 멘탈이란. 나는 그래서 그대들을 존경하기로 했다. 5천만원 가즈아! 하던 것이 300만원으로 떨어졌다 다시 4천만원으로 오르는 이런 엄청난 변동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0 하나가 빠진 스팀에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들이야말로 최강 빌런의, 최강 멘탈 소유자들이 아닌가!
9,
평생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도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에, 게다가 자본주의란 결국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지 숭고한 노동의 가치 따위 길거리 개도 안 주워 먹는다는 걸 이제 전 국민이 마침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간 투자란 집안 기둥뿌리 뽑히는 소리라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멘탈을 단단히 잡아채던 어르신들조차 코인판에, 주식판에, 부동산에 뛰어들고 있다. 아, 그런데 이 초짜들이 받아내야 할 압박감은 얼마나 무자비한가? 과연 몇이나 살아 돌아올까?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본령이다. 투자하는 삶 말이다. 누가 그것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자는 동안에도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멘탈이 얼마나 더 탈탈 털리고, 얼마나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퇴로는 없다. 그간 등골 뽑아먹는 거머리 빌런들일지라도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연명할 만큼의 무엇은 남겨 놓았었는데, 이제는, 게다가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를 시베리아 한복판에 던져놓았다. 사는 길은 몰아치는 눈보라의 압박을 이겨내는 방법뿐이다. 시세창의 파란 폭풍우를 견뎌내며 활활타는 붉은 태양이 비추기까지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뿐이다.
10,
그러나 바라옵기는 이렇게 단단해진 멘탈로 너의 꿈에 집중해보라는 말이다. 스팀은 믿으면서 왜 자신은 믿지 못하는가? 대륙인에게도 거는 기대를 왜 자신에게는 걸지 못하는가? 스팀도 안 망했는데 우리라고 망하겠는가? 이제 20~30% 손절의 압박 따위는 우습지 않은가? 그놈의 가즈아!는 자신에게 좀 가즈아! 왜 너의 꿈은 ‘그게 되겠니?’ 하면서 스팀은 언젠가 갈 거라는 믿음만큼은 버리지 못하는가? 나도 하지 않는걸, 나의 상사는, 나의 회사는, 나의 엄친아들은 결국 해낼 거라 생각하는가? 코인판 3년에도 아직 그렇다면 멘탈은 도대체 키워다 어따 써먹을 셈인지.

11,
그러잖아도 깡 충만인 마법사는 이 코인판을 거치며 더더욱 담대해졌다. 이 나이쯤 되면 누가 압박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이놈의 코인판이 그간 멋진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뭐 좀 망하면 어떤가? 여기 코인 투자 하다 망한 인간들이 산더미인데. 내 꿈 이루다 망하면 그건 뭐 더 나쁜 일인가? 지금의 스팀만큼 망할 수야 있겠는가? 이젠 올라오는 글도 얼마 없는데 말이지.
12,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이 변동성. 그 압박. 그것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육체의 근육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물렁물렁 사라지지만, 멘탈의 근육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딱딱하게 굳을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멘탈은 더더욱. 우리는 그것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너를 끊임없이 압박해 들어오는 삶의 무게를 놓아버리는 것이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압박해 오는 그것이 자신의 무게와 스피드로 나자빠지도록 삶의 스텝을 피벗(전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단해진 멘탈의 근육으로 그것에 기대어졌던 마음을 떠받치는 것이다. 빨대 꽂은 그것들의 감언이설에 기대어졌던 너의 멘탈을 이 극랄한 코인판에서 단단해진 너의 멘탈 근육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러면 뭐, 게임은 끝이다.
그럴 자격은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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