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추락할 때에는 바닥까지 지체 없이 떨어져야 한다.
살자고 무언가 붙들면 추락은 멈추고
지루한 고통의 시간만 가중될 뿐이다.

생명은 연장한 듯 보이나
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팔의 힘은 빠져가고
결국 너는 바닥으로 다시 굴러떨어질 것이다.

바닥이 아무리 탄성이 좋은 스프링으로 되어 있다 한들
바닥에 거의 다다른 지점에서 걸려버린 네가
낭떠러지 정상까지 탄력받아 뛰어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 떨어지던 그 속도를 내려면
다시 너는 거친 낭떠러지를 맨손으로 올라야 한다.
적당한 지점까지 다시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처음처럼 다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하나하나 올라가던지..

한 번에 떨어지면 무시무시한 추락 속도에 두렵겠지만
곧이어 높은 반동으로 다시 정상 부근까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바닥까지 다 와서 무언가 잡아버린 너는
오도 가도 못하고 힘만 빼고 있는 형상이 되는 것이다.

왜 잡은 거니?
왜 붙들어 버린 거니?
다시 올라갈 수도 그렇다고 이제 반동도 기대할 수 없는 바닥이
바로 발밑인데 뭐가 무섭다고 붙들고 있는 거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뛰어내려 봐야 아이들 텀블링 장난일 뿐이다.

추락하고 있다면
지푸라기는 쳐다보지도 말아라.
너는 물에 빠진 것이 아니다.
너는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2009.09_ lauterbrunen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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