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을 사용하는 방법2 – 역량형 조직
2009.12.09
두 번째 조직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역량형 조직은 직원들 각자가 개인사업자처럼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쉬운 예로 자동차나 보험 영업조직과도 비슷합니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보수를 또는 인센티브를 가져갑니다. 이러한 유형의 역량 조직은 개인을 업무성과와 실적에 기준해 판단합니다.
많이 팔고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더 많은 보수와 훌륭한 업무환경을 제공받습니다. 승진도 빠르고 연봉도 순식간에 몇 배씩 뛰기도 합니다. 투자자와 성적에 따라 평가받는 CEO 그리고 전사형 직원들.. 정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피 튀기는 삶의 현장을 매일 같이 오고 갑니다. 순식간에 책상이 바뀌고 상사가 몇 달 만에 갈리기도 하는 이곳은 전쟁터입니다.
높은 연봉에 파격적인 대우, 그리고 역동적으로 보이는 멋진 조직인 것 같아 덥석 달려들었다간,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비참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누구든 오라! 일한 만큼 가져가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 역량형 조직은 참으로 공정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모범 같지만, 아군은 하나도 없고 온통 사방에 적들로 둘러싸인 살벌한 전쟁터의 한복판 같습니다. 돈에 한 맺힌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은 일당백의 전사라면 최적입니다만. 달리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족과의 시간은 성공 이후로 멀찌감치 떼어놓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나는 적의 머리를 쳐야 살아남는 특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당신이 베어 온 적장의 머릿 수만큼 당신은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후하게 앞으로 성과를 낼 거라 예상 되는 결과에 따른 보상을 미리 격려금으로 받기도 합니다.
일당백이면 주저 없이 선택하십시오
전성기를 달리는 당신은 아마도 최고의 직장이라 여기고 달려들 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일당백의 당신에게는 여기보다 더 좋은 직장도 없지요. 아마도 당신은 머지않아, 회사가 작다고 느껴져 스스로 독립해 군대를 조직할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당신을 붙잡아 놓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와 부사장쯤 되는 직함을 선사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당신은 당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끊임없이 조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일당백의 당신이 아니라, 잘 나가는 줄 알고 멋모르고 준비 없이 달려든 당신입니다. 괜히 모두들 간절히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고 조직이겠습니까. 보상에는 그에 걸맞는 대가 지불이 있게 마련입니다. 업무량은 개인의 사생활을 깡그리 무시한 채 쏟아질 테고, 단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젊은 날, 패기와 용기로 부딪쳐 결과를 이루어 승승장구하였더라도 감각을 늘 새롭게 하지 않으면, 스멀스멀 밀려드는 신선한 루키들의 도전에 끊임없이 직면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한참 나이 어린 후배를 상관으로 모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 속도가 빠른 업종이라면, 젊음의 거리를 온통 쏘다니고 온갖 디지털 기기를 끊임없이 탐색해대도 쌩쌩한 아이들의 감각을 쫓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무실의 불은 24시간 꺼질 줄 모르고, 한쪽 벽에는 이번 달 돌파해야 할 매출 목표가 뻘건 기둥들을 따라 줄지어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최고급 콘도 이용권이나 각종 여가활동 지원은 언감생심 이용해 볼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저 주위 친구나 친척들에게 대신 빌려주고 선심 쓰는 걸로 만족해야 합니다.
“승진을 축하하네”, “당신 해고야” 이 상반된 두 문장이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회사 로비에는, 공채시즌마다 못 들어와 안달인 입사 지망생들이 끝도 없이 줄을 늘어섭니다. 그중에 몇%만 입사에 성공할 테고, 또 그중의 몇%만 승진의 피라미드에서 살아남을 테지만, 그런 비밀을 모르는, 아니 아무리 붙잡고 설명해도 이미 이룬 자의 배부른 소리쯤으로 여길 총알받이들이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적성에 맞고 능력 또한 구비되어 있다면 이 이상 좋은 직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적성에도 맞지 않고 능력 또한 모자란다면, 인생의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좋은 한때를, 열등감과 쉴 새 없는 속도감에 질린 채 보내야 합니다. 차라리 그 시간과 노력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가게라도, 차렸으면 체인점을 몇 개나 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남들 줄 선다고 생각없이 따라 설 일은 아닙니다. 십중팔구 엄마들의, 아버지들의 성화에 또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힌 세뇌에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 서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또 하나의 필요조건, 배우자의 역량
이 취업난에 다 배부른 소리다 여겨지면,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실력 발휘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좋습니다. 최선을 다하십시오. 물론 이 최선에는 업무역량 이외의 정치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도 잊어선 안됩니다. ‘라인’, 이게 또 중요하니까요. 어차피 날고 기는 일당백들이 모인 자리에서 실력은 다 그만그만하겠지요. 탑클래스에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지요. 인간병기들만 모아놓았으니 저 살자고 동료 모가지 날리는 일쯤은 서슴없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소위 그 줄 또한 잊지 말고 잘 타야 하는 것입니다. 때마다 알아서 유력한 상사들 챙기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하고 경조사, 이사, 큰일이 있을 때마다 몸종처럼 찰싹 움직여야 합니다. 배우자의 조건 또한 중요합니다. 각종 부인회, 계모임 등에서 자신만큼 역량을 발휘해 주지 못하면 이것 또한 아차 싶을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학연, 지연 등 다양한 역학관계를 끊임없이 살피고 파악해서 다양한 연결점들을 만들고, 자신의 편으로 옭아매어 놓는 것이 안전하고 또 안전한 일입니다. 어차피 회사가 당신을 평가하는 것은 당신의 상사가 작성한 숫자들에 의해서 일 테니까요. 자칫 람보처럼 굴다간 상사들 눈 밖에 나서 보초만 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그저 일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파면 팔수록 더 산 넘어 산인 것 같다구요? 그렇죠 뭐. 남의 돈 받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이쯤 되면 패기 넘치던 루키의 모습은 간데없고 처세술에만 골몰하는 협잡꾼이나 돼야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정치는 삶이니까요.
이때쯤 우려되는 것은 어디서 튀어나온 정의감 또는 만용입니다. ‘에이 더러운 세상, 내가 혼자 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어 회사를 뛰쳐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에 빚까지 내, 창업을 시도하는 만용을 부리는 것이죠. 이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요. 그래도 구박받으며 보호망 아래 있는 것이 좋았을 것을.. 갈구는 상사에 실적 부담은 없지만 이젠 내 식구들 생계를 온몸으로 짊어져야 합니다. 큰 조직에서 그저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패턴에 익숙해진 당신의 만용은 세금계산서 하나 쓸 줄 모르는 막막함에 덜컥 겁부터 날 걸요. 물론 이 산, 저 산 잘 넘으면 차라리 큰 회사에서 람보처럼 있느니, 내 영업장도 갖고 힘들어도 스스로 책임지는 환경에 있는 것이 더 살아있는 것 같을 수 있습니다. 겨울바람이 차갑고 매섭겠지만 언젠가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은 있으니까요. 급작스런 퇴사와 창업은 절대 만류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고위직에 계셨더라면 나가면 다 도와줄 것 같은 그 거래처 사람들, 나오자마자 생까는 모멸을 겪어야 할 테니까요. 당신에게 잘 해준 것이 아니라 당신의 자리에 충성을 다했던 것이니, 떠나는 순간 당신은 지나가는 아저씨에 불과하게 되는 겁니다. 그거 믿고 나왔다간 바로 쪽박 차는 겁니다.
취업시 유념 사항
취준생이라면 잘 생각해야 합니다.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면접관 앞에서만 그런 척하십시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쯤으로 여기셔야 합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의 회사에 들어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경력을 쌓고 좀 더 큰 회사로 옮기는 패턴이 좋습니다. 중소 기업에서는 회사 돌아가는 일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경험해 볼 수 있고, 그 경력으로 들어간 이런 역량 조직에서는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인맥들을 얻게 되니까요.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미리 세팅해 둔 내 사업체로 점프하는 것이지요. 시와 때를 잘 보고 말이죠. 그러면 남들보다 몇 걸음은 앞서 나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단지 대학 졸업 다음 스텝으로,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잘 나간다 하니, 대기업이니 해서, 50군데, 100군데씩 입사 지원한 끝에 들어간 회사라면, 이런 제길! 제일 먼저 할 일은 할부로 외제차를 한대 사거나 덜컥 집을 한 채 계약해 버리는 겁니다. 그래야 중도에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다닐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때려치우고 싶을 텐데, 벌려놓은 게 있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다닐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 정도 안전망은 깔아놓아야 한순간 ‘욱~’해서 인생 망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실업자 백만시대에 대기업이고 나발이고 들어가는 게 어디겠어요. 크게 한 숨돌리고 다음 전쟁 준비를 해야죠. 할 수만 있다면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수험생 때는 그토록 듣기 싫었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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