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매번 이맘때가 되면
어두운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낸다
예상치 못한 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매년

그게 기쁘고 설레야 할 텐데
매번 어둡고 우울하니
고생은 이쯤이면 되지 않았을까?
매번 여기까지라니
그건 사람이라기보다
정념과의 이별 같은 것
쌓은 것이 모래성이었음을
확인하는 마음
매번 매년

쌓는 게 모래성인 줄 알았으면
정념 따위
주르륵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을 텐데
매번 꼭꼭 마음과 눈물을
담아 쌓다 보니
뒤늦게야 모래였다는 걸

차라리
눈사람을 만들자
인생이 겨울 뿐이라면
눈사람,
눈사람은 녹지 않을 테니

 

[2023. 12. 27_ Seoul, Korea]

 

그림 없는 그림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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