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공유지의 비극 + 촌극 + 희극

by M.멀린

[코인이즘 Koinism] Feb 27 2021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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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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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사람들은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말했다. 스팀잇이라는 공유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의견은 분분했고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렸다.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도 했으나 여타의 커뮤니티에 비하면 매우 정중하고 논리적이었다. 그래서 더 첨예했던 것 같다. 그냥 지랄을 떨어버리면 ‘어휴 저걸 어째’ 그러면서 싸움도 되지 않을 텐데. 양측의 논리가 팽팽하니 이 말을 들으면 그게 맞는 거 같고 저 말을 들으면 그게 또 맞는 것 같았다. 아리송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아쉽다. 논의가 좀 더 발전적이었으면 전에 없는 단단한 커뮤니티가 생겨날 수도 있었을 텐데. 심지어 혁명도.

그러나 우리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스팀잇의 공유지 논쟁. 스팀잇은 과연 공유지일까?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지를 무분별하게 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때 일어난다. 함께 잘 가꾸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갈 수 있는데, 주인 없는 땅이라고 제멋대로 과도하게 점유해대면 결국 너도 나도 불문율을 깨고 사적 점유를 시도할 테니, 종국에는 무력과 자본, 힘의 논리만 남고 사람들이 떠나 황폐해지고 만다는 이야기.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되고 만다는 걸 경고하는 개념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점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초지에 울타리를 치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다. _ [네이버 지식백과]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

 

그런 일은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요즘은 젠트리피케이션이 그 문제의 중심에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공유지란 것은 과연 존재할까? 21세기에 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보자. 개척자들은 자신들이 상권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無에서 有로다가. 이때의 상권은 공유지이다. 하드웨어(대지/건물)와 소프트웨어(실력)가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상권)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지주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건물과 땅의 가치만 생각한다. 그들에게 공유지의 개념은 없다. 자신들은 이미 가치를 지불하고 대지와 건물을 소유/점유하고 있고, 그게 운이든, 개척자들의 누가 시키지도 않은 멍청한 노고든, 지대 가치가 상승했으므로 내쫓든지 자기가 하든지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거다. 개척자들은 자신들이 없었으면 이런 가치의 상승도 없지 않았냐고, 그러니 우리의 몫도 존재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누가 하랬니? 억울하면 땅을 사던가.’일 뿐이다. 지주들은 지대 가치가 상승했으니 기분이 좋을 뿐이다. 상권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에도 자신들의 땅이었고 적더라도 임대료를 받아왔을 뿐이다. 지대의 상승이란 것이 길이 나거나, 지하철이 생기거나, 아파트가 들어와도 올라가는 것이니, 니들의 노고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될 땅은 되는 거라는. 안되면 손해는 내가 다 보는 건데 니가 보상해 줄 것도 아니면서 뭔 상관이냐는 무적의 논리를 편다. 그래 그건 무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건 인정해야지. 자본가, 지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에서 공유지란 없는 것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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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은 신대륙이었을까? 주인 없는 신대륙 말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겪지 않았는가? 스팀잇은 주인 없는 땅이 아니었다. 이미 초기부터 @freedom@misterdelegation 등 스팀잇의 타노스 계정들의 행태를 눈치 채고는 ‘아 글렀다’하고 떠나버린 분들이 현명했을까? 우리는 kr 내부에서 치열한 고래전쟁을 펼쳐댔지만, 정작 이상한 놈, 나쁜 놈, 지독한 놈들의 손에서 공정과 공익을 논하고 있었던 셈이다. DPoS의 한계인가? 댄과 비탈릭은 이걸 두고 팽팽한 설전을 펼쳤지만, 날로 성장하는 이더리움에 비하면 도망치기만 하고 있는 댄의 완패인 듯 보인다. 아직까지는.

스팀잇이 글로 채굴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비트코인이 수학 문제를 풀어서 채굴한다고 수학 커뮤니티가 아니듯, 스팀잇의 채굴 방식이 글쓰기라고 해서 문학 커뮤니티는 아닌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렇다. 게다가 DPoS라는 요상한 방식은 이게 채굴인지 투자인지 아리송하게 만들어 놓았다.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블록체인에서 코인이 주어지는 이유는 노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노드를 유지하는 대가로 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지고 채굴자들은 코인을 얻기 위해 노드를 돌린다. 심플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보상을 얻고자 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러면 노드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탈중앙화가 강화된다. 너도나도 원장을 갖게 되고 사기 치긴 더 어려워진다. 보상은 참여에 비례하므로 전기로 채굴되는 셈인 비트는 사람들의 욕망을 따라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킨다. 비트로 인한 에너지 수요가 많아진다는 얘기는 비트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이야기이니 사무실에서 쓰던 전기를 비트 채굴에 쓰게 된다는 얘기이고, 산업의 근간을 바꾸어 부의 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판을 뒤집어엎음으로써 부를 이동시키는 효과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난리였을 테다. 5년 동안 부동산으로 한몫 잡으려던 이들이, 자본이 부동산에서 코인으로 이동할 조짐이 보이자 거래소 폐쇄를 협박하고 나선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비트의 태생이 2008년 금융위기를 모태로 하고 있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모기지 사태로 시작되었으니 설계가 참 잘되었다. 그럴 만 하다.

그런데 스팀잇은 어떠한가? 노드는 소수의 증인들이 돌리고 코인은 증인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 또한 증인 외에도 스팀 코인의 보유량에 따라 채굴권이 주어진다. DPoS 방식에서 포스팅이라는 채굴 방식은 사실 요식 행위일 뿐이다. 포스팅이 채굴의 방식이려면 글을 많이 쓰거나 글을 잘 쓰거나(좋아요든 조회수든 기준이 무엇이더라도) 해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비트처럼 수학 문제를 풀듯이) 그런 건 하등 중요치 않다. 고래가 점 하나 찍고 셀봇한 포스팅이 대세글에 오르는 일이 시스템적으로 보장되어있다. (심지어 큐레이션 보상을 더 얻으려면 그런 대세글에 보팅을 해야 유리하다.) 이런 걸 막는 행위는 다운보팅 뿐이다. 그런데 그것도 스파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유효하다. 결국은 이렇게든 저렇게든 스팀을 사야 한다. 정말 잘 설계된 삥뜯기 방식이다. 물론 그렇다고 PoS(지분증명방식)는 사기고 PoW(작업증명방식)만이 공정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트가 낸 수학 문제를 푸느라 그래픽 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으니 것도 돈 놀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 이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자본주의의 진화 또는 자본 권력의 손바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지 공산혁명을 하자고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탈중앙화에 열광한 자유방임적 아나키스트는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에 정반대 편에 있으면 있었지 절대 한 편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들었다. 떠들어 댈 수 있는 초기의 스팀잇에. 심지어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상해준다는 얘기로 착각한 이들까지. 그래서 혼란이 극심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의 탈중앙화는 정치적 탈중앙화가 아닌 자본의 탈중앙화이다. 화폐 권력을 해체하겠다는 것이지 정치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그 둘이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된 세상에서의 정치의 탈중앙화는 또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공평公平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공산共産은 더더욱 아니다. 참여의 정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고 그것의 환가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희소성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고, 그것을 절제하고 양보함으로써 가치를 수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가치를 증대하자고 주장한다. 그것은 너무도 중요한 이 혁명의 본질이다. 그런데 스팀잇, 창작 플랫폼. 그건 착각이 너무도 심했다.

 

제2장 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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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의 포스팅, 그것을 요식행위로 받아들이지 않고 보상과 분배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이미 틀렸다.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런 논리가 정당하려면 글 쓰는 모든 이들이 노드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글의 양이나 질을 기준으로 보상의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질이 혁신적이고 훌륭해서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보기 위해 스팀을 마구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거라면 창작자들에게 도토리를 지급하고, 독자는 도토리를 구입해서 이용권을 지불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게 생각의 가치에 보상을 지불하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콘텐츠 플랫폼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그리고 그런 건 이미 세상에 충분히 나와 있다. 암호화폐가 아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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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팀잇의 매력은 그런 요상함, 이율배반에서 나온다.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가 미술 작품처럼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 있는가? 정가를 받을 뿐이고 많이 사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스팀잇의 보상은 이상한 마법을 부린다. 한번 지불된 가치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2배, 3배 심지어 만배까지 마구 뛸 수도 있는 것이다.(물론 1/10로도) 책 한 권을 팔면 만원이지만 포스팅 하나에 400만원어치 보팅을 받을 수도 있고, 100원어치 보팅을 받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어느 날 보니 100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스팀잇의 마법이다. 보상의 기하급수적 증가.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현재로서 그것은 스팀잇 자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작금의 코인들이 모두 그렇듯 그것은 명목 화폐의 인플레이션,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써 가치가 생겨날 뿐이다. 어쩌면 사토시의 전략이 그것이 아니었을까? 모두가 거리로 나앉게 생긴 대공황의 상황에서도 달러를 마구 찍어대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던 그들을 보며 ‘이건 오래 못 가겠네 아, 그러면!’ 했던 게 아닐까? 다만 소수라도 합의하고 동조하는 새로운 신뢰 체계가 구축될 수만 있다면 어차피 본질 속성상 다를 게 없는 명목화폐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판을 엎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희극이다.

 

제3장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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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능성에 모두 흥분하며 이리로 가야 한다, 저리로 가야 한다 썰전을 벌여댔다. (물론 어느 곳에서 보다 정중하게) 먼저 창작자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과 자본이 먼저 유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격하게 부딪혔다. 그러나 그래 봐야 모두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정작 패권을 쥐고 있는 DPoS 시스템의 증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지들끼리 신나게 돈 잔치를 벌여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kr의 쌈 구경이나 하면서 . 한글을 모르니 뭘 하는지도 몰랐을까? 다 쓸데없는 짓거리였는지 모른다. 이미 이 플랫폼은 증인 패거리들의 목화농장이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자산과 증인투표권을 독식하고 있던 그들은 떡 줄 마음 따윈 애초에 없었다. 생각의 가치에 따른 공정한 분배 따위는 아예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철조망 너머 그들의 울타리 안에만 존재했던 것이다. 그네들을 빼놓고 뭘 좀 잘해보자고 열심히 합의를 해대고 규칙을 만들다 못해 완장질까지 해댄 우리들은 실은 뻘짓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떡 쥔 놈들은 룰루랄라 아무 생각도 없는데, 한글을 쓰는 엄한 놈들이 자기들끼리 규칙을 정하니 마니 하고 있었던 게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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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국 사랑들 외 싸움니꽈? 고래는 남니다.
 

싸우다 제풀에 지쳐버린, 아니 지킬 자산이 없는 창작자 진영은 시세가 떨어지자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지킬 자산이 있거나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들뿐이었다. 그런데 지킬 자산이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하이브로 떠나간 (구)증인 세력들 말이다. 그들은 이 썰렁해진, 그래서 비중이 높아져 버린 kr 커뮤니티의 공정 어쩌구저쩌구가 심히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무차별적인 다운보팅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선이 생겨나고, 반의반 쪽이 되어버린 kr 커뮤니티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대로면 더러워 피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 피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 마음대로 였다. 생각의 가치를 보상한다고 사람들을 꼬드겨서 시세를 올려 놓구선 동전을 마구 팔아대고 있었다. 증인 시스템을 독식하고 앉아 지멋대로 정책을 결정하고 대부분의 보상을 가져가 버렸다. 반발은 용납되지 않았으며 돌아오는 것은 살해 협박과 다운보팅 뿐이었다. 음.. 이건 진짜 전쟁이 아닌가? 그러나 세상의 모든 역사는 자중지란에 의한 어부지리로 발전하는 것이니, 골치 아픈 증인 카르텔 사이에서 손 털 기회를 노리고 있던 네드는 대륙인에게 지분을 팔아버렸고, 새로 접수한 대륙인은 (구)증인 세력을 싸그리 몰아내 버렸다. 그리고 새롭게 찾아든 평화. 물론 불씨는 남아있다.

지금의 스팀잇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대륙인이 접수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바쁘고 할 일이 많다. 말은 더 많다. 트론 생태계에 편입되었다고는 하나 발만 걸친 건지, 방치되어가는 중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썩어빠진 DPoS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든 쿠데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어느 세력이 지분 확보를 통해 증인의 자리를 얼마나 확보해 가느냐에 따라.

마법사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탈중앙화를 외치며 깨알 같이 흩어진 개인들이 무지막지한 타노스의 위세에 어떻게 줄행랑을 치는지, 왜 인류의 역사에는 늘 영웅이, 전사가, 리더가 등장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역중앙화를 외치며 총수를 찾았다. 시스템은 언제나 문제가 많지만, 정의와 공정은 리더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리더 없는 시스템이 없고, 리더 없는 개인들은 강력한 리더 한 명에게도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징기스칸 한 명에게 굴복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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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니가 스팀시티의 마법사냐?
_ steemcity가 아니고 stimcity 인데요.
그래도 보팅 좀..
 

이 고민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조선의 개국자들은 특히 이 고민에 천착했고, 아무리 요순임금이 나온들 그들이 죽고 나면 다시 어떤 폭군이 등장할지 누가 알겠냐며 대신들의 의회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 의회 권력이 편을 먹고 부패하면 왕은 무력해져 독살 위험에 시달려야 하고, 그러한 업치락뒤치락이 인류의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왔다. 어쩌면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원천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을까? 마법사는 기대하고 들여다보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업치락뒤치락이 물극필반, 정반합의 우주의 진화 방식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다만 운영하는 이들의 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고 그러한 격차가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법이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는 그렇게 싸워댔지만 평화로운 지금은 그때보다 못하다. 시세도 못 하고 글도 사람도 그때만 못하다. 싸움을 멈출 게 아니라 없는 싸움도 붙여야 한다. 없는 것들은 그렇게라도 관심을 모아가야 한다. 어그로를 괜히 끄는 게 아니다.

 

제4장 연속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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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스팀잇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력적이다. 이만한 게 없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노다지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것의 자본주의성에서 기인한다. 어떤 창작자도 창작 행위 자체로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상한 이유를 대고는 있지만, 자기 작품이 높은 가격,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거부할 창작자는 없다. 그러나 기존의 플랫폼은 장벽이 너무 높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기득권은 해체해 본들 결국 그들의 손에 귀속되고 말 뿐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형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사는 한국의 KPOP 기획사들의 수장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KPOP 한류는 프로덕션이 주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유통이나 자본 권력이 돈을 마구 퍼부어대며 주도하는 열풍이 아니다. 철저하게 기획자, 프로듀서들이 쥐고 버텨낸 성공이기에 가능했다. 어떤 자본이 mp3 무료다운로드 시대에 빚을 내가며 일본 시장을 개척할 생각을 할까? 기라성 같은 아이돌 팬덤이 가득한 상황에서 오로지 유튜브만을 들이 팔 생각을 할까? 인디씬에서 버텨낸 힙합, 웹툰의 성공도 자본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한국의 고유한 것이다. 그것들은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고 아름답다. 특히 마법사가 주목했던 것은 웹툰의 대중화 과정이다. 웹툰은 이미 10여년간 거대 플랫폼에서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그때 등장한 한 신진 플랫폼은 작가들에게 월급을 주기 시작했다. 과감히 유료화를 선언하고 콘텐츠의 질을 높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다른 플랫폼들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웹툰 작가들은 돈방석에 앉아버렸다. 나아가 웹툰 한류라는 신기원을 이룩하고 있다. 이것은 보상의 힘이다. 콘텐츠에 정당한 가치가 주어졌을 때 터져 나오는 포텐셜이다.

마법사는 어리석게도 그러한 흐름이 이 스팀잇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고 무식하게도 여전히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스팀잇의 시스템은 습작 과정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용기 있고 뚝심 있게 창작행위를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습작 과정에서조차 가치를 지불받을 수 있다. 그 크기와 상관없이. 완성작, 심지어 히트작을 내어도 무료로 뿌려지는 디지털 콘텐츠들 사이에서, 이것은 굉장한 메리트이고 힘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고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자본의 속성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자본가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전제 아래에서 어떻게 콘텐츠의 힘과 자본의 이익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접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마법사는 콘텐츠 산업의 현장에서 창작자보다 기획자로서 활동해 왔기에 이 갭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건 참 한숨이 나오는 일이다. 창작자는 자존심을 꺾을 수 없고 자본가는 이익을 양보할 수 없다. 비둘기처럼 순결한 이들과 뱀처럼 지혜로운 이들의 간극은 정말 하늘과 땅만큼 멀고 다르다. 그래서 마법사는 KPOP 기획사의 수장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그 간극을 메운 이들이다. 그들은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굴렀다. 그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럽고 치사하고 무섭다. 검은돈과 연결되지 않고는 그 세계를 버텨낼 수 없고 살해와 배신의 위협 따위는 늘 상존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창작자, 아티스트 출신이라는 거다. 그들은 그 세계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을 대신 막아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날카로워지고 서로에게도 잔인해질 수밖에. 그러나 그런 노력 없이 지금의 KPOP 한류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돈과 빽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돈과 빽으로 막아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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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이 더럽고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와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권력은 쟁취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스팀잇은 콘텐츠 창작자에게 신세계이다. 이용하기에 따라 노다지가 될 수도, 뻘짓이 될 수도 있다. 마법사는 정작 자신의 콘텐츠에는 좀처럼 투자하지 않으려는 창작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매우 하찮게 여긴다. 그러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스팀잇. 이게 그렇게 불공평한가?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치킨 한 마리를 얻어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어디 선들 글 써서 돈 좀 벌어 보았는가? 그러면 여기 있지도 않겠지. 창작자가 고래가 될 순 없을까? 가난은 창작자의 상징이니 여기서도 구걸을 해야 할까? 그러나 그런 이들도 제 돈 주고 치킨은 잘도 사 먹더라. 치킨 먹을 돈으로 코인 사고 그걸로다 셀봇하면 치킨을 두 마리 세 마리, 열 마리도 먹을 수 있을 텐데. 그건 지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순결함은 아니다.

스팀잇, DPoS. 조카튼 시스템일지 모른다. 그러나 견고하게 장벽을 구축한 바깥세상에 비하면 이만한 시스템도 없다. 그러면 제한된 조건 하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제한된 조건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정의와 공정은 부르짖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체적으로 획득해 가야 하는 것이다. 누가 목숨 같은 내 돈을 함부로 내주겠는가? 그건 쟁취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지 신사협정 따위에 기댄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보면 지난 kr의 고래전쟁은 어떻게 그런 논쟁이 가능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것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본령이 아닌가? 지금은 이토록 자연스러운 셀봇, 보팅풀이 그때는 악마의 짓거리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의 논의는 수준이 대단했다. 방법의 문제이지 지향이 달랐던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그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분리해 나간 넘들은 죽지도 않고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이대로면 종국에 생존하는 넘들은 누가 될지 뻔한 일이다. 세상은 어차피 악인전 아닌가? 신기한 협동을 이루어내는 것도 우리네들의 특성이며, 대단한 것들을 생성해내고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역시 우리네들의 특성이다. 쌓이는 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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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시티]는 여전히 창작자들을 위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하여 스팀잇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목표를 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매일 고민한다. 여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스파가 없을 뿐이다. <스팀만배 존버 프로젝트> 를 시작할 때에 마법사는 스팀만배를 전제로 창작자들이 단돈 100만원이라도 이 시스템에 투자하기를 바랐다. 만배면 100억이니까. 그런데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런 믿음도 없으면서 왜들 이 시스템이 황금알을 낳을 거라고 외쳐댔을까? 아, 물론 꼭 [스팀시티]에 임대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떠나가고 그들의 계정에 텅 빈 지갑을 보면 이 시스템에 대한 믿음도 없으면서 싸워댄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싶을 뿐이다. 그러나 [스팀시티]는 스파만배로 돌아 올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것을 소망하고 있다. 바라기는 [스팀시티]의 콘텐츠 플랫폼 춘자가 내어놓은 결과물이 마구 팔려나가 명목화폐를 잔뜩 수거해 오기를, 그리고 그것을 스파로다 파워업하여 슈퍼 울트라 초샤이언 고래로 등극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창작자 개인으로서도 이 시스템은 활용하기에 매력적이다. 요즘은 1인 출판사들도 마구 늘어나고 있는데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스파와 그에 따른 보상을 활용할 수 있다. UPVU라는 훌륭한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늘어난다면 창작자 고래의 등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는 심지어 증인으로 나설 수도 있다. 그런 시도들이 늘어나고 성공하면 이 음흉한 DPoS 시스템을 접수하여 새로운 콘텐츠 한류의 본거지로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고 하거나 말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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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다음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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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2009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비트코인은 이미 20여 년간 사이퍼 펑크 집단의 손에서 인큐베이팅 되는 시간을 거쳐 왔다. 그들은 여러 시행착오와 저항을 뚫고 혁명적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러고도 10여년간의 혼란기를 거쳤다. 그리고 2017년, 본격적인 대중화에 이어, 2021년에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공인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주류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빨대를 꽂기 시작했다. 스팀잇은 어디쯤 와 있을까? 이것이 몇 번째 시즌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촌극+희극이 휩쓸고 지나간 텅 빈 대지 위에 서 있다. 스팀잇은 공유지일까? 사유지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 하지 못하겠다. 현재까지는 공유지인 줄 알고 열심히 싸워가며 합의를 시도하다 각자 나가떨어졌는데 정작 알고 보니 사유지였던 느낌이다. ‘이런 氏發’ 욕을 잔뜩 쏟아놓고 떠나려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게 지금은 사유지도 공유지도 아닌데 잘하면 공유지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사유지여도 싼값에 나와 있으니 이걸 다 풀매수해버려? 아니다. 필요하면 하드포크해다가 새로 시작하지 뭘 귀찮게.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스팀잇은?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될까?

주인 없는 땅에서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 낼까?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대륙인인가? 증인인가? 고래인가? 창작자인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고 알쏭달쏭하다. 그러나 그래서 기회가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그게 도대체 뭐야? 그러고들 있길래, 믿음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먼저 그걸 줍줍하고 고래가 되기도 하고 인생도 역전하고 그러는 거다. 뱀처럼 지혜로운 자들이 마구 이 땅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데, 비둘기처럼 순결한 이들은 납득이 안 된다며 팔짱이나 끼고 구경하다가, 어느 날 아차! 싶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게 맨날 그렇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늘 반복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장 확실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내 땅, 내 건물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굶더라도, 빚을 내더라도, 함께 십시일반 하더라도, 내 땅, 내 건물을 확보해야 한다. 나의 토대 위에 나의 세계를 세워가야 한다. 왕서방을 위한 재주부리기를 그만하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막상 지주가 되고 나면 너도 다르지 않을걸? 공유지 따윈 없으니까.

새로운 플랫폼에는 언제나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라디오 스타가 브라운관 스타가 아니고 브라운관 스타가 유튜브 스타가 되는 게 아니다. 만화가라고 웹툰으로 성공하는 게 아니고 인스타의 셀럽은 자체적으로 양산되었다. 스팀잇이 성공하려면 스팀잇에서 스타가 나와야 한다. 부자가 나와야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든, 셀럽이든, 갑부든. 그리고 되는 플랫폼이라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PoW는 이상적이나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PoS는 제국주의 2.0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그나마 인류가 발전시켜 온 민주제도에 가장 가까운 것이 DPoS 시스템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려면 역시 탁월한 리더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이미 있는 것보다 못하면 이걸 어따 써먹을까? 사람들이 암호화폐는 투기라고 하는 걸, 내재가치가 없다고 하는 걸 스팀잇은 가지고 있다. 그게 요식행위로 만들어진 거라할지라도, 어부지리여도, 우리는 이것을 잘 활용하여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시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하는 건 아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각자 알아서 잘 해보자. 대신 부디 그때까지 존버하시길, 참여를 바라는 건 무리일테고, 뉴비는 뭐가 뭔지도 모를테니. 다만 [스팀시티]가 떠오를때까지, 스팀만배가 밀려올 때까지 지켜보기라도 하시길. 그게 이제 드디어 파워업을 시작한 [스팀시티]의 마법사가 그대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팁이다.

파워업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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