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역 카페
Jun 09. 2023 l M.멀린

파리에서의 최애最愛 공간을 꼽으라면 나는 이곳 북역카페를 꼽겠다. 어디나 그렇지만 악명 높은 곳에는 핫플레이스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악명이 높다는 건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그 공간에 존재감을 드러낸, 견뎌낸 것들은 그만한 저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어쩌면 여기 이 카페를 오기 위해 파리에 들리는지도 모른다. 선택할 수 있다면, 북역을 지나치는 동선, 북역을 거쳐 가는 숙소를 정하고, 아침의 첫 일정은 언제나 이 카페의 브런치이니까.
이 카페의 브런치는 여느 카페의 브런치와 다를 바가 없지만, 다르다. 맛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다.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여행객들이 주손님이니, 역전의 그것이 맛이 있을 필요는 없을 텐데 여기는 맛있다. 정성돼다. 다 그런가 싶어 몇군데 다른 카페도 가보았지만 다 그렇지 않았다. 마법사의 취향은 여기가 저격했다.
그것은 시야도 그렇다. 북역의 부랑자들이 눈앞에 어른 거려도 역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방해할 수는 없다. 어차피 다 살자고 하는 일들, 짓들 아닌가. 그리고 소문만큼 북역이 위험한 건 아니다. 위험하자면 죽자고 덤벼드는 사무실, 냉랭한 분위기가 더 그렇지 않은가.
여기 이 카페에 만족하게 하는 또 하나의 구성은 베테랑 웨이터다. 특별히 더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무례하지도 않은(파리 웨이터들 무례한 건 유명한 얘기). 딱 몸에 밴 몸짓의 그것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안정감을 준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놀림에 뭔가 공력이 보인달까? 암튼 이 카페의 베테랑 웨이터에게서는 보통의 역전 식당 종업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한 손에 든 쟁반 위에 커피 대여섯 잔과 물 대여섯 잔. 쉽게 핸들링하는 손놀림에서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노련함과 ‘봉쥬’하며 보여주는 아주 살짝 머금은 미소에서는 ‘어디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다녀오렴. 다시 오지 않겠지만 잠시라도 머물러줘서 고마워’ 마중인사를 하는 듯 따뜻하다.
여행을 오래 할수록 현지인들의 삶에 더 들어가고 싶어진다. 그들처럼 장보고, 그들이 가는 단골 카페와 식당에서 그들처럼 한가해보고 싶어 진다. 아침의 역전은 더 그렇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여행객들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베드타운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이다. 하루하루의 고된 일과를 시작하는 일상시민들이 이곳 북역을 거쳐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여기 이 카페에 앉아 있으면 그들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그들의 고민 속으로 다가서고 싶어 진다. 떠나면 그만인 여행자 신분으로서 가당치 않은 희망사항일지 모르지만, 머물러 하루를 견뎌내는 이들의 마음과 여행자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어차피 하루의 시작은 떠오르는 해로부터 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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