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무거워지고 있다

상처를 받으면
무의식의 뚜껑을 열고
받은 그대로
깊숙이 놓아둔다
마치 죽을 때까지 열어보지 않을 듯 외면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살아간다
그것은 외면일 뿐
 어둠의 그곳에서
 서서히
 발효되고 있는 상처는
 언젠가 어느 순간엔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우발적이나 필연적인
 사건으로 불쑥 등장한다
 그러면 또다시
 모든 관계를 단절해 버리고
 드러난 상처로부터
 뒤돌아서며
 새로운 상처를
 받아 안은 채
 가라앉는다
[2016. 09. 04_ 函館, 日本]
그림 없는 그림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