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말하기를

 

가을은 말하기를
내가 너를 안다
너의 아픔을 안다.

너의 아픔은
네 가슴을 물들였지만
나의 아픔은 온 산을 물들였다.
사람들은 단풍이라 부르는 것이
내게는 뜨거운 여름을 살아낸 아픔이다.

그나마 잎도 떨어지고 나면
나는 물러가고
더욱 깊은 슬픔에 젖어들겠지만
너는 잘도 견디어 낼 것이다.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잔뜩 말라버릴 대지 속에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잘도 버티어 낼 것이다.

외롭다 말하기에는
너와 같은 이들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모두들 자기 아픔만 바라보며 눈물짓지만
돌아보면 울고 있는 누군가가 늘 곁에 있다.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아픈 가슴, 지친 무릎 부여잡고
가을이 떠날까,
겨울이 들이닥칠까,
두려워 망설여지는 마음에도
너는 머뭇거리지 말고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가을은 네게
아픔의 위로를
슬픔의 감동을
외로움의 온기를 남겨주고
너는 깊은 안식과 따스한 체온을 간직한 채
겨울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가을 속에서야 너는 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은 말하기를
너를 안다.
너의 아픔을 안다.
그래서 나도 아프다.

 

[2005.10_ 富川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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