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마라

 

그날 그 언덕에서 그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는 피가 땀이 되도록
공포에 떨어야 했고
나약한 말들을 내뱉어야 했다.
중단되기를…
그냥 지나가기를…

부활은 예고되어 있고
고통의 의미 또한 충분히 알고 있다.
끝마쳤을 때의 결과란 더더욱 자명하게..

그럼에도 그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서도 안되었다.
고통을 받아야 할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려야 하는 그때,
상상할 수 없는 절망과 두려움,
외로움과 거부하고 싶은 욕망,
그래 그래야 했다.
겟세마네에서 그는 덜덜 떨어야 했다.

결과를 알면서도 두려워해야 할 때가 있다.
이미 승리가 명확함에도
좌절감을 느껴야 할 때가 있다.
도망치지 말고
스스로 위로하지 말고
스스로 격려하지 말고
그냥 아파야 한다.
그냥 고통스러워야 한다.
그냥 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냥 서러워야 한다.
그때에는.. 그때는..

도망치지 마라.
시계는 거꾸로 세워놓아도 돌아간다.

 

[2003.11_ 永宗島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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